[00:00:00] 빛으로 만들어진 도시 (星星做成的都市) - 모임 별 (Byul.org) [00:00:06]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[00:00:10] 담배 두 갑과 맥주 캔 네 [00:00:12] 개를 비닐봉지에 [00:00:13] 담던 편의점 사장님이 물었지 [00:00:18] 우린 별다른 말 없이 [00:00:20]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어 [00:00:24] 친구는 미친 남자와의 관계를 [00:00:26] 막 정리한 참이었고 [00:00:28] 난 미친 나의 지난날들과의 [00:00:31] 관계를 막 정리하려던 참이었지 [00:00:36] 나와 친구는 한 지역의 [00:00:39] 술을 다 마셔버린 후 [00:00:41] 이태원의 많고 많은 언덕길들중 [00:00:44] 하나에 도착했어 [00:00:49] 지금과는 무척 다른모양을 하고 있던 [00:00:52] 당시의 클럽 트랜스엔 [00:00:55] 역대 쇼걸들의 공연사진이 [00:00:57] 지저분하게 도배되어 있었지 [00:01:02] 한두 잔을 마셨을 때쯤이였나 [00:01:06] 영업시간이 끝났다는 종업원의 말에 [00:01:10] 친구는 뭐 이따위 술집이 다 있느냐며 [00:01:13] 투덜거렸지만 [00:01:15] 사실 우리가 클럽에 들어갔을 때의 [00:01:17] 시간이 이미 세시였어 [00:01:22] 우린 서로에게 더 마실 수 있겠냐고 [00:01:25] 물어가며 가까스로 언덕을 [00:01:27] 기어올랐지 [00:01:30] 사실 왜 그 가파른 언덕을 [00:01:32] 올라야 했는지 몰랐고 [00:01:36] 어디로 가는지조차 몰랐지만 [00:01:40] 우린 차가운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[00:01:43] 계속 걸었어 [00:01:46] 막다른 골목의 언덕 꼭대기에 서자 [00:01:50] 오른편으로는 이슬람 사원이 [00:01:53] 왼편으로는 작은 술집 [00:01:55] 한 곳이 눈에 띄였지 [00:01:59] 술집 문을 열자 주인과 손님들은 [00:02:03]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[00:02:06] 그런 것을 신경쓰기엔 [00:02:08] 우린 너무도 많이 취해 있었고 [00:02:11] 1월 새벽의 추위는 정말 매서웠어 [00:02:17] 컨츄리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[00:02:21] 미군으로 보이는 [00:02:22] 짧은 머리의 백인 남자 다섯이 [00:02:25] 한 손은 마리화나를 [00:02:28] 한 손에는 큐를 든 채 [00:02:30] 요란하게 당구를 치고 있었지 [00:02:37] 끊임없이 자신의 모든것을 [00:02:39] 소모시켜야만 했던 인연도 [00:02:42] 막상 끊어질 때엔 그런 걸까 [00:02:47] 그때나 지금이나 멍청하기 [00:02:49] 짝이 없는 친구는 [00:02:53] 술잔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글썽였지 [00:02:59] 난 무슨 말이든 해야 했고 [00:03:02]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어 [00:03:07] 미군들 옆 테이블에서 혼자 [00:03:09] 당구를 치고 있는 [00:03:11] 한 남자를 바라보며 내가 말했지 [00:03:15] 저기 쟤 프랑스 남자 같지 [00:03:19] 저기 쟤 프랑스 남자 같지 [00:03:24] 어때 [00:03:25] 내가 쟤한테 말을 걸어서 [00:03:27] 데리고 와 볼까 [00:03:29] 내가 저 남자한테 말을 걸어서 [00:03:33] 여기로 데리고 와 볼까 [00:03:37] 왠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[00:03:40] 왠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[00:03:46] 친구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[00:03:48] 큰 소리로 웃었고 [00:03:51] 나도 함께 웃었지 [00:03:57] 프랑스 남자와 미군들은 [00:04:00]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[00:04:02] 알아듣지 못했지만 [00:04:05] 잠시 우리를 바라보고 [00:04:06] 키득거리며 웃었어 [00:04:13] 우리 들은 달리는 차 안에서 [00:04:17] 어슴프레 떠오르는 아침 [00:04:19] 해를 함께 보았지 [00:04:23] 그 새벽 [00:04:24] 만취한 친구는 [00:04:26] 두손으로 잡은 핸들에 목숨을 걸었고 [00:04:30] 나는 우리 둘을 위한 [00:04:33] 행운에 목숨을 걸었지 [00:04:38] 좁은 골목길을 내달리며 [00:04:40] 친구는 펫숍보이스를 [00:04:42] 반복해서 들었고 [00:04:44] 난 너무 시끄러우니 [00:04:45] 제발 음악을 꺼달라고 [00:04:47] 말하고 싶었지만 [00:04:49] 어느새 잠들고 말았어